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영웅에게 걸맞은 최후를 준비해두었습니다.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오늘 자정, 본부에서 A급 범죄자들의 공개 처형식을 거행합니다."
먹먹하게 흐린 하늘, 먼지처럼 흩날리는 눈송이,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추위. 당신은 피 웅덩이 속에서 깨어납니다. 어깨의 벌어진 상처에선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끔찍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먼 나라에는 괴물 오누이가 살았습니다. 오누이는 좋은 가문에서 적자로 태어났지만, 반은 개의 모습을, 반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문 사람들은 괴물을 낳은 모친을 불구로 만든 뒤 별채에 감금하고, 괴물 역시 가둬 키우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괴물의 어머니는 매일 밤 눈물을 흘리며 오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습니다. “ 눈을 감았다 뜨면 내일은 더 자라 있을거야.” “ 치욕스럽게 쫓겨나, 내 것을 빼앗긴 뒤론 잠들지 못한 날이 길었지만.” “ 너희가 어른이 된다면, 뜬 눈으로 지샌 밤도 의미가 있겠지.” “ 어서 자라, 내 복수를 들어주고 정당한 네 몫과 자유를 얻으렴.” “ 잘자라 우리 아가, 그리고 그 날까지는 아무도 믿지 말거라.” 매일 자장가를 들으며 잠든지 수십년… 어느덧, 괴물이 모두 성인이 되는 날이 사흘 뒤로 다가왔습니다. 꽃잎 흐드러지는 밤, 축제 준비로 번잡한 틈을 타 어머니는 둘에게 그동안 준비한 복수를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