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에요.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기계적으로 대답을 뱉은 연구원은 카운터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팔을.”
먹먹하게 흐린 하늘, 먼지처럼 흩날리는 눈송이,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추위. 당신은 피 웅덩이 속에서 깨어납니다. 어깨의 벌어진 상처에선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끔찍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랜드 피날레의 순간, 선택했습니다. 8.4GHz 주파수가 닿지 않는 무한의 우주로 떠나는 대신 지구로 돌아가겠다고.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출처 모를 소문이었지만, 입에서 입으로 역병처럼 퍼진 그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불길하게 쑥덕거리기를 소문이 아니라 예언이라고 떠들어대곤 했죠. 도밍게즈의 구원자, 타이머가 버젓이 살아 숨 쉬건만!
12월의 추운 겨울. 모처럼 휴가에 오로라를 보기 위해 렌터카를 끌고 노르웨이 북부의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자, 함께 즐거운 관광을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