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제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두 사람은 오늘 학원 도시 안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지역까지 여행을 왔어요. 이유는... 그렇네요. 고교 졸업을 앞두고, 이나세가 졸업 여행지의 사전탐사를 위해서라고 해요 유카는 그런 이나세에게 끌려 왔고요. 매일 오가던 학교를 벗어나 무인전철을 타고 제법 멀리까지 오게 되었는데 기분전환은 되려나요?
당신을 살리려고 죽었든, 세상을 위해 죽었든 그런 결말 밖에 있지 않았던 세계에 죽임을 당했든. 지규신은 죽었습니다. 어쨌든 이미 없는 사람입니다. 그 것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말도 안 되게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량금의 휴대폰으로 다운로드 링크가 하나 전송됩니다. 다운로드 파일은.... 지규신을 닮은 AI, 즉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야, 야. 너 나 보이지. 보이는 거 맞지?" 며칠 전부터 최선을 다해 이 유령을 무시하고 있지만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교복을 입고 자연스레 탐사자의 옆에 앉아 있기에 당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첫 친구이자 짝꿍일 거라 생각하고 인사를 건넨 것뿐인데. 유령이었다니.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건 나 뿐인 것 같습니다. 유령은 아주 반갑게, 시도 때도 없이, 수업시간이고 쉬는시간이고 나발이고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오는데... 역시 전학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다시 전학 가야겠어요.
오늘은 즐거운 오사카 여행의 둘째날. 마침 일기예보에서는 내일까지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절경입니다. 다행히 이륙시간 전에는 그친다고 하니 안심합시다. 입국 비행기는 12월 31일, 내일 저녁 11시 30분. 알찬 일정을 보내도록 합시다, 우리들의 잊지 못할 추억을 위해.
배가 고픕니다. 그러나 집에 요리할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이참에 요리를 해보는 건 어때요?